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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재택근무 1년 소감

들어가며

필자는 약 5년 정도 일본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그 중 4년은 일본 현지에서, 2021년 한 해 동안은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했는데, 거기서 얻은 경험들과 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TL;DR

1.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디스코드를 하루종일 켜놓음으로써 해결했습니다.

2. 도식으로 표현해야 할 때는, 화상회의로 화이트보드를 공유하거나, 최대한 문서화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인식에 오해가 없도록 했습니다. 

본문

재택근무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출퇴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개발자가 말하는 개발중 가장 힘든일

우선은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삶의 질을 많이 개선해줍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년간의 재택근무는 조금 과장하면 연봉 천만원 정도의 만족도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는 출퇴근 시간이 엄밀히 정해져있지는 않아서 대략 9시~11시 사이에 출근했다가 6시~8시 사이에 퇴근하면 됐었는데요, 일본에 있을 때는 출퇴근에 왕복 2시간 정도였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더 생겼던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의 제 하루 일과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9시쯤 기상 및 세수하고 양치, 간단히 아침식사
  • 9시 반쯤 슬랙으로 출근 보고
  • 12시~2시 사이에 1시간 정도 점심시간
  • 18시 반쯤 슬랙으로 퇴근 보고
  • 퇴근 후 샤워 및 저녁 그리고 개인시간
  • 1시~2시 취침

굉장히 여유있게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가끔은 10시반까지 늦잠을 자버릴 때도 있었지만 지각할 걱정은 안해도 됐던 점도 좋았습니다. 

점심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오후 업무효율을 위한 가벼운 낮잠 가능

 

저 같은 경우에는 학창시절부터 의식적으로 점심시간에 엎드려서 20분 정도 눈을 붙이고 있는데요, 그러면 오후에도 졸리지 않고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있을 수 있게 됩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원하는 시간에 점심을 빠르게 해결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책상도 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은 곧 생산성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스탠드 데스크에 듀얼모니터,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였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저한테 최적화된 환경을 세팅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개발자도 그렇지만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군에 계신 분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이 곧 생산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마 많은 부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에 불편한 점은 없었나? 어떻게 개선했나?

위와 같은 장점들도 있지만, 어려운 점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처음에 가장 불편했던 점은 역시 실시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시간비용과 그에 따른 업무 생산성 저하 발생

 

코로나로 인해 많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의사소통에 가장 큰 골머리를 앓는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하는데요, 저희 팀도 초반에는 의사소통이 굉장히 큰 과제였습니다. 

 

모두가 출근했을 때는 물어보고 싶은 점이 있으면 바로 옆자리에 있는 팀원들한테 물어보면 금방 해결됐던 것들이,

슬랙 채팅을 통해 글로 적어야 한다는 시간비용과, 만약 글로 전달이 어려운 경우에는 음성채팅 또는 화상채팅이 가능한지 먼저 물어보고 가능하다고 답변하고, 또 화상회의를 세팅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 또한 사소하지만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음성채팅 켜놓기

 

그래서 저희 팀은 논의 끝에, 디스코드를 하루종일 켜놓고 언제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출근한 멤버들의 마이크 하울링도 생기는 등 사소한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마이크는 한 명만 켜놓거나 디스코드 설정에서 마이크 감도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화상채팅을 켜놓는것은 오히려 화면이 신경이 쓰여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이 됐고, 목소리만 들려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왜 디스코드?

 

입력 감도 설정으로 주변소리를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 음성채팅 도구로 무엇을 도입할 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디스코드가 선택되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위에서 언급한 마이크 감도 설정이나 유저별로 음량을 세팅하는 등의 세부 기능이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도입 효과

실시간으로 업무연락 가능 및 상황전달력 향상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불필요한 채팅은 사라졌고, 저도 팀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게 되어서 제가 개입이 필요한 경우 바로바로 알려줄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습니다. 또한 가벼운 잡담도 할 수 있게 돼서 서로의 감정을 빠르게 캐치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효과였습니다. 

그리고 글로 업무연락을 주고 받을 때는 그 뉘앙스나 온도감을 잘 알 수 없어서 불편할 때가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음성채팅을 통해 업무사항을 주고 받게 되면서 상황전달력도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로 불편했던 점은 도식을 그리면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점입니다.

구두로만 설명할 경우, 서로 이해하는 내용에 차이가 발생하고 더 큰 문제로 이어집니다.

 

각종 설계나 구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화이트보드에 적으면서 설명하곤 했었는데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구두로만 설명할 경우, 서로 이해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트보드 화면에 공유하기

화이트보드를 화면에 비춰서 공유하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도입한다거나 하는 논의는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회사에 출근한 멤버는 화상회의를 켜놓고 화이트보드를 화면에 비추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빠르게 적는거는 아날로그가 최고..)

 

문서화를 열심히 하자

 

본 글과는 관계없는 짤입니다

최대한 문서화

 

재택근무를 하는 저같은 경우에는 화이트보드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문서화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제가 설계하거나 구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대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문서 작성 후에 팀원들에게 리뷰를 부탁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점과, 문서가 충실히 축적된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마치며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성과가 그대로 유지되려면 리더와 멤버 둘 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팀 같은 경우에는 업무를 할당하고 서로 납득가능한 공수를 정한 다음 그 날짜에 맞게 완료한다면 크게 터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팀의 리더가 멤버들의 역량과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각종 업무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팀원들도 자신이 업무를 빠르게 해결해야 새로운 것을 또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동기부여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상호간의 신뢰가 형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팀 전체의 성장이 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쓰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었는데, 이상으로 1년간의 재택근무 소감을 마칩니다.